AI 공부를 위해서는 수학, 특히 수리논리학 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이 필요하다. 과학 공부는 많이 할수록 좋은데 특히 생물학적 접근을위해 심리학 과 신경계통의 생리학 이 공부되어야 한다. 최소한 C, Lisp, Prolog 와 기본적인 기계어를 배워야 하며, 최근에는 C++, Java 를 포함시켜야 할것이다. ( 존 매카시)
[KISDI] 9월 인기론: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 | (발표1)장병탁 교수 : 장병탁
[KISDI] 9월 인기론: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 | (발표2)장병탁 교수 : 장병탁
[인문학 아고라, Beautiful Life] 뇌, 현실, 그리고 인공지능(김대식 교수) : 김대식
'AlphaGo' 와 이세돌 9단의 대결에 부쳐 ... : 사이버오로, 감동근, 2016/02/02 : 1996년, 나는 물리학 (Physics) 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뉴턴 역학은 라플라스 (Pierre Laplace) 가 “우주의 모든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안다면 우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만물의 이치를 결정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해밀턴 역학은 말초적인(외부에서 힘이 가해지면 즉각 가속도로 반응하므로) 뉴턴 역학에 비해 심지어 만물이 철학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매료되었다. 그러나 이듬해 3학년이 되어 양자역학을 배우면서,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결정론 (Determinism) 에 회의가 들었고, ‘우주의 모든 입자’는 커녕 입자수가 서너 개만 돼도 이들의 상호작용을 깔끔한 수식으로 풀어낼 수 없다는 데 크게 실망하고 방황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TV에서 IBM의 체스 컴퓨터 ‘Deep Blue’가 세계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역사상 처음으로 이기는 것을 보게 됐다. 나도 언젠가는 Big Blue (IBM의 별명)에서 슈퍼컴퓨터 (Supercomputer) 를 만드는데 참여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전자공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7년에 뉴욕의 IBM 연구소에 입사하게 된다.
당시 IBM은 체스 (Chess) 다음으로 퀴즈를 푸는 슈퍼 컴퓨터 ‘Watson’을 개발하고 있었고 나도 이 프로젝트에 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체스는 경우의 수는 많지만, 규칙과 목표 자체는 단순한 게임 (Game) 이다. 컴퓨터 (Computer) 의 장점, 즉 극대화된 연산 능력이 빛을 발하기에 꼭 맞는 분야이다. 그러나 인간이 사용하는 자연어(natural language)는 규칙이 단순하지 않고, 같은 표현이라도 전체 맥락 (Context) 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며, 온갖 비유와 역설적인 표현으로 가득 차 있어서 컴퓨터에게는 훨씬 어려운 분야로 여겨진다. 그러나 2011년 라는 퀴즈 쇼에서 Watson은 역대 최고의 출연자 두 명을 압도적인 차이로 물리친다. 퀴즈 쇼 당시 Watson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았지만, 출전 전에 백과사전 몇 세트와 위키피디아의 모든 페이지를 학습 (Learning) 한 결과를 방대한 메모리에 담고 있었다.
Watson은 66 문제를 맞췄고 9 문제를 틀렸다. 맞춘 문제들 중에는 비교적 단순한 사실을 묻는 문제들도 있었지만, 쉽지 않은 추론 (Inference) 이나 연상 (Association) 을 요구하는 문제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Also on your computer keys(컴퓨터 자판 위에도)’라는 제시어를 주고, “Proverbially, it’s where the heart is(마음이 머무는 곳-필자 의역)”라는 질문에 “Home.”이라고 답한 것처럼 말이다 (자판에 ‘Home’키가 있고, “Home is where the heart is”라는 구문이 있다). 그러나 인간 출연자가 쉽게 맞춘 것을 Watson은 틀리기도 했다. ‘U.S. cities’라는 제시어의 “Its largest airport is named for a World War II Hero; its second largest, for a World War II Battle.”라는 질문에 Toronto라고 답했는데 이는 캐나다의 도시다. 정답은 전쟁 영웅 O’Hare와 Midway 해전의 이름을 딴 공항들을 갖고 있는 시카고다. 나중에 Watson의 개발 책임자 Dave Ferruci는 미국에도 토론토라는 이름의 도시가 있고, 캐나다 토론토가 미 프로야구 아메리칸 리그에 속한 팀을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이 Watson이 토론토를 걸러내지 못한 이유로 들었고, 또 다른 개발자 Chris Welty는 Watson이 “its second largest, for a World War II Battle”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it’s (the) second largest’로 오해한 것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토론토는 뉴욕에 이어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공항을 갖고 있다). (상식 (Commonsense) 참조)
2011년 가을 IBM을 퇴사하고 귀국해서 아주대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컴퓨터의 하드웨어 분야를 연구하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슈퍼 컴퓨터 개발이나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분야와는 한 발 떨어져 지냈다. 본업 외에 내가 가장 관심 있는 분야가 바로 바둑 (Baduk) 이다. 나는 한국기원 공인 아마 5단으로 2면기 내지 3면기로 두는 프로 사범님과의 지도 대국에서 넉 점으로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넉 점으로 네댓 판 연승을 거둔 뒤로 최근에는 석 점에 두는데, 만약 이세돌 9단과 100만불이 걸린 바둑을 일대일로 둔다면 여섯 점에도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알파고 (AlphaGo)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랬다. 지금까지 최고의 바둑 컴퓨터는 기껏해야 나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알파고는 (정상급과는 실력 차이가 많이 난다 하더라도 여하튼) 프로를 호선으로 이기고 이세돌 9단에게 도전한다니!
우선 알파고와 판후위의 기보를 찾아봤다. 흑백 어느 쪽이 사람이고 컴퓨터인지 나로서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둘 다 나보다 기력이 세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인공 지능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문제이다. “컴퓨터가 생각 (Thinking) 할 수 있는가?” 내지는 “컴퓨터가 지능을 갖췄는가?”라는 질문은 모호하다. ‘지능 (Intelligence) ’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 지능의 아버지로 꼽히는 앨런 튜링(Alan Turing,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모델)은 ‘튜링 테스트 (Turing Test)’라는 것을 제안했다. 사람의 대화를 흉내 낼 수 있도록 만든 자연어처리 (Natural Language Processing) 컴퓨터가 있다고 하자. 이 컴퓨터가 사람 A와 대화한 지문을, 평가자인 또 다른 사람 B가 읽고 어느 쪽이 사람이고 어느 쪽이 컴퓨터인지 구별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 바로 튜링 테스트이다.
카카오톡이 나오기 전 MSN 메신저가 크게 유행했을 때, ‘심심이’라는 채팅하는 로봇(챗봇 (Chatterbot))이 있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심심이가 사람과 채팅한 기록을 아이디를 가리고 보더라도 금새 어느 쪽이 챗봇인지를 별로 어렵게 않게 구별해낼 수 있었다. 즉, 튜링 테스트에 따르면 심심이는 대화하는 지능을 아직 갖추지 못한 것이다. 튜링 테스트를 바둑에 적용하면, 알파고가 바둑 두는 지능을 갖췄느냐는 문제는 우리가 기보를 보고 알파고가 어느 쪽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지 여부로 귀결된다. 이제 겨우 말하고 읽기 시작한 어린 아이가 대화문을 보고 어느 쪽이 심심이인지 찾아내기 어렵듯이, 기력이 약한 나로서는 알파고와 판후위를 구별하는 것이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 1인자로 인정되는 커제 9단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초일류 기사들도 기보에서 알파고를 구별해내기 어렵다면, 기력과 무관하게 알파고는 “바둑 두는 지능을 갖췄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알파고의 개발팀이 Nature에 발표한 논문 (Mastering the game of Go with deep neural networks and tree search) 에는 알파고와 판후위의 대결에 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이 실려있다. 우선, 알파고는 판후위와 공식 대국 다섯 판 외에도 비공식 대국 다섯 판을 더 겨뤘다. 모두 중국룰(덤 7집반)을 적용하되, 공식 대국은 생각시간 각자 한 시간에 30초 초읽기 3회로, 비공식 대국은 생각시간 없이 30초 초읽기 3회만 갖고 뒀다. 일견 속기 대국일수록 컴퓨터가 유리할 것 같지만, 알파고는 공식 대국 다섯 판을 모두 승리한 반면 비공식 대국 다섯 판 중 두 판을 졌다. .... (의사결정 트리 (Decision Tree) 신경망 (Neural Network) 기계학습 (Machine Learning) 트리 (Tree) 탐색 (Search) 참조)
이 점에서 알파고가 포석 단계 이후에 착수를 결정할 때 수읽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의 수읽기는 아직 완벽할 수가 없다. 체스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이긴 것이 20년 전이고 컴퓨터의 연산 능력은 그 뒤로도 지금까지 매 2년마다 두 배씩 발전해왔지만 컴퓨터가 아직도 체스를 ‘완전히 풀어내’ 지는 못했다. 완전히 풀어낸다는 것은, 종국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서 각 장면에서의 최선의 수를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흑백 모두가 최선으로 두면 몇 번째 수에 이르러 어느 쪽이 이긴다(또는 비긴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5줄 바둑판에서 두는 (3-3, 4-4 제한 없는) 오목에서는 이미 1993년에 백이 어떻게 응수하더라도 선착하는 흑이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수순을 찾아냈다. 체스는 오목보다 경우의 수가 훨씬 많아서 이제 겨우 기물이 흑백 합해 6개 남아있을 때 배치에 관계 없이 모두 풀렸고, 7개 남은 경우가 일부 풀린 정도다. 체스도 32개의 기물로 처음 시작할 때부터 풀기에는 아직 까마득한 시간이 필요하고, 하물며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훨씬 많은 바둑에서는 정말로 요원한 일이다.
물론 알파고의 계산(수읽기) 속도는 사람(일류 프로라고 하더라도)을 압도하지만, 프로는 착수를 결정할 때 수읽기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는다. 즉, 프로는 바둑 이론, 형태에 따른 급소 또는 흔히 ‘감각 (Heuristic)’이라고 부르는 직관을 통해서 안될 법한 수는 일찌감치 가지치기 (Alpha-Beta Pruning) 하고 될 법한 수만 집중적으로 따져본다. 알파고는 아직 이런 면에서 한참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알파고의 프로그래머들이 변변찮은 바둑 실력을 가진 것은 차치하더라도, 추상적인 바둑 이론, 예를 들면 ‘입계의완’ (경계를 넘어갈 때는 천천히 행동하라, 즉 상대의 세력에 뛰어들 때는 너무 깊이 들어가지마라) 같은 것을 어떻게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기호화(수치화)할 것인가? 또, 사람은 바둑 책에서 공부한 맥은, 실전에서 ‘비슷한 형태’가 나오면 곧잘 적용할 수 있다. 책에 나왔던 예제와는 약간 다르긴 하지만 같은 맥락 (Context) 이라는 것을 인지 (Cognition)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 분야는 계산 분야와는 달리 컴퓨터가 매우 취약한 분야다. 사진을 보고 개와 고양이를 구별 (discrimination) 해내는 것은 다섯 살 된 어린 아이에게 아주 쉬운 일이다. 그런데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기준을 컴퓨터가 이해 (Understanding) 할 수 있도록 한 번 만들어보라. 1) 고양이가 개보다 꼬리가 긴 편이다! -> 그런데 컴퓨터는 꼬리를 찾지 못한다. 2) 몸통에서 폭이 갑자기 좁아지는 부분이 꼬리다! -> 그럼 몸통은? …… 어찌어찌해서 겨우 컴퓨터가 꼬리를 찾을 수 있게 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규칙으로는 불행한 사고로 꼬리가 잘린 고양이는 절대 구분해내지 못한다 (컴퓨터비전 (Computer Vision) 참고).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런 식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길 가면서 보이는 대로 이것은 고양이, 저것은 개 하는 식으로 몇 번 시범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한 눈에 (직관 (Intuition))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것은 물론, 고양이가 개보다 꼬리가 긴 편이라는 특징도 파악한다 (통찰 (Insight)). 사람의 이러한 학습 방식을 머신 러닝 (Machine Learning) 기법이 흉내 내려고 하지만, 최신 기법을 적용해도 아직 컴퓨터의 정답률은 많이 떨어진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알파고는 바둑 이론이나 형태를 이해하지 못한 관계로, 수읽기 할 때 프로라면 처음부터 고려하지도 않았을 수들을 계산하느라 대부분의 연산 능력을 허비하므로 속기에서 오히려 약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전문가 (Expert)참조)
알파고는 중반 이후 수읽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과는 달리 초반에는 기존 기보들을 통계 (Statistics) 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오로, 타이젬 과 같은 대국 사이트가 있는 것처럼 주로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KGS 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알파고는 KGS에서 벌어진 6-9단 유저들의 기보 16만 건에서 나타난 약 3천만 경우의 착점을 학습 (Learning) 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논문 의 그림 5를 보면, 알파고는 초반 포석 단계에서 각 착점 위치 별로 16만 판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승률 기대치를 계산해서 그 중 가장 높은 곳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중반에는 상대가 착수한 지점 주위로 수읽기 할 곳이 어느 정도 한정되지만, 초반에는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생각된다.
이세돌 9단이 처음 몇 수를 귀 보다는 변이나 중앙에 착점 한다든지 해서, 프로 바둑에서 절대 나오지 않을 법한 포석을 들고 나온다면 알파고가 어떻게 대응할 지 몹시 궁금하다. 특히, 그런 상황에서 먼 곳에 축머리를 쓴다면 알파고가 초반에 망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로 이끌고 감으로써 컴퓨터를 압도적인 기억 (Memory) 능력으로부터 무장해제시키는 전략은 1997년에 이미 카스파로프가 Deep Blue와 대결한 여섯 판 시리즈 중 첫 판에서 쓴 적이 있다. 체스의 첫 수로는 수십 가지가 가능하지만 실제로 많이 두어지는 것은 대개 네 가지라고 하는데 (바둑에서 화점, 소목, 외/고목 두는 것처럼) 카스파로프는 이를 벗어나 불과 3수 만에 적어도 프로 레벨에서는 한 번도 나왔을 것 같지 않은 포석을 만들었고 결국 그 판을 쉽게 이겼다.
또, 그 대결에서 Deep Blue 는 대세관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카스파로프가 폰(장기의 졸과 같이 앞으로 한 칸만 움직이는 기물로 점수는 1점, 그러나 상대 진영의 끝까지 진출하면 퀸, 룩, 비숍, 나이트 등으로 프로모션 할 수 있다)들의 진출을 묶고 있던 Deep Blue의 비숍(대각선으로 움직이는 기물로 점수는 3점)을 제거하기 위해 자신의 룩(장기의 차와 같이 직선으로 움직이는 기물로 점수는 5점)을 미끼로 내걸었을 때 Deep Blue는 여기에 걸려 들었다. 보다 점수가 높은 기물과 언제든지 맞교환 하라는 체스의 기본 이론에 얽매여서 그 뒤에 숨겨진 장기적인 전략을 읽지 못한 것이다. Deep Blue의 한 쪽 진영이 취약해진 틈을 타서 카스파로프의 폰들이 진출해서 40여수만에 매우 우세한 국면으로 만들었다. 이세돌 9단이 초반 사석 작전을 구사해서 압도적인 세력을 쌓으려고 할 때 알파고가 이에 대응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카스파로프가 첫 판을 쉽게 이겼음에도 왜 전체 시리즈에서는 패배했을까? 앞서 얘기한 대로 첫 판의 40여수 만에 카스파로프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형세가 되었는데, 44수째 Deep Blue가 둔 수가 바로 문제였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것은 Deep Blue 프로그램의 버그 때문에 나온 것인데 형세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수(소위 떡수)였다. 그 대신 체스의 고수라면 이 한 수라고 할만한 다른 유력한 수가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45수째에 Deep Blue가 항복을 선언했다. 카스파로프는 이겼지만 Deep Blue의 44수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매우 답답했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와 다른 일류 고수들과 함께, Deep Blue가 나오기 전까지 최고로 치던 Fritz라는 체스 컴퓨터까지 동원해서 이후 진행을 분석했다. 그 결과, 44수 대신 일견 유력해 보였던 수를 Deep Blue가 뒀다면 그로부터 20수 뒤에 카스파로프가 외통으로 이기는 길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Deep Blue의 44수는 단지 버그 때문에 다음 착점을 찾지 못해 임의로 둔 것인데, 이를 카스파로프는 Deep Blue가 20수 뒤까지 내다볼 수 있어서 일견 유력해 보이는 수를 비튼 것이라고 오해했다.
2국에서는 Deep Blue가 백을 잡았다. 바둑 (baduk) 에서는 흑이 선착하는 어드밴티지를 덤을 부담시킴으로써 상쇄하지만, 체스 (chess) 에서는 덤 같은 것이 없어서 먼저 두는 백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대신, 백을 번갈아 잡기 위해 항상 번기로 두고 점수(승 1점, 무 0.5점, 패 0점)로 승부를 가린다. 즉, 흑 입장에서는 상대가 비슷한 실력이면 대개 불리한 형세가 될 수 밖에 없지만, 그렇더라도 비길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2국에서 카스파로프는 조금 불리한 형세가 되자 일찍 포기해버렸다. 카스파로프로는 총 6번기 중에서 1국을 이겼고 아직 네 번의 대국이 남았는데, 20수나 내다볼 수 있는 컴퓨터를 상대로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2국이 끝난 뒤에 흑이 어렵지 않게 비길 수 있는 길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자 카스파로프는 더욱 심리적으로 동요됐다. 3~5국을 어렵게 비긴 뒤 맞이한 6국에서 카스파로프는 초반에 간단한 수순을 착각해서 한 시간도 안돼서 항복했고, 전체 시리즈가 Deep Blue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세돌 9단이 경계할 만한 대목이다.
3월에 있을 대결을 예상해보면 나는 이세돌 9단이 특별한 작전 없이 그저 여느 인터넷 바둑 두듯이 임하면 5대 0으로 이길 것으로 본다. 한 가지 더 바란다면, 3대 0으로 시리즈 승리를 결정짓고 난 다음에 나머지 두 판 정도는, 앞서 얘기한 대로 초반을 완전히 새롭게 짜는 동시에 축머리를 활용한다는지 멋진 사석작전을 펼친다든지 해서 최신 인공 지능 알고리즘과 강력한 계산력에만 의존해서 바둑에 도전하는 것이 아직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면 좋겠다.
로봇아, 너의 창조주 부고를 써줄래? : 한겨레신문, 이로사, 2016/02/05 : ... ‘우리는 로봇에게 인공지능의 창시자 마빈 리 민스키(Marvin Minsky, 1927~2016)의 부고를 써달라고 했다.’ ... 미국 기술문화 잡지 <와이어드>는 1월26일 웹사이트에 이러한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잡지는 “(그의 죽음을 맞아) 그의 가상의 자손 중 하나에게 부고를 요청하는 것이 적절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썼다. 기사 말미에는 미국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Automated Insights) 사의 자동 기사 작성 로봇 ‘워드스미스’ 가 작성한 민스키의 간명한 부고가 실렸다. 워드스미스가 엄밀히 말해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은 아니지만, 이 기사는 ‘지능을 가진 기계’ 연구에 삶을 바친 그에 대한 가장 재치 있는 부고라 할 만했다. 인공지능의 개척자이자 수학자, 컴퓨터공학자, 로봇공학자, 피아니스트, 발명가였던 마빈 리 민스키 (Marvin Minsky)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명예교수가 2016년 1월24일 미국 보스턴에서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
민스키가 죽기 전까지 속해 있던 MIT 미디어랩 의 설립자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명예교수는 그의 죽음을 발표하면서, “그는 언제나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보았다. 난해한 것은 종종 쉽고, 쉬운 것은 정말로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고 말했다. 민스키는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만들어낸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학 시절부터 인간 지능과 사고 과정의 미스터리에 빠져 있었다. 그는 사고 (Thinking) 과정에서 인간과 기계의 차이점에 주목하고, “인간은 생각하는 기계”라는 철학에 기반한 연구를 발전시켰다. 그의 이러한 관점은 컴퓨터를 기존 사고에서 해방시켰다. 컴퓨터공학자 앨런 케이 (Alan Kay) 에 따르면 민스키는 “컴퓨터가 ‘미화된 계산기’ 정도의 존재에서 벗어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인간 활동의 증폭기’가 될 운명임을 깨닫게 한 인물”(<뉴욕타임스>)이었다.
하버드대학 수학과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학에서 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민스키는 1950년대 초반 인간의 심리 작용을 구조화해 기계에 지능 (Intelligence) 을 부여하는 방법에 관한 이론을 만들고, 1951년 박사학위 과정 중 세계 최초 신경망 (Neural Network) 기기 ‘SNARC’를 구축했다. 이것은 진공관을 이용해 인간의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 (Neuron) 의 연결망을 본뜬 시스템이었다.
인공지능 분야는 1956년 미국 다트머스학회의 한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이 모임에는 민스키를 비롯해 당시 다트머스대 수학과 교수였던 존 매카시 (John McCarthy), 수학자 클로드 섀넌 (Claude Shannon)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후 인공지능의 거장으로 자리잡았다. 1958년 MIT 교수로 부임한 민스키는 이듬해 동료 존 매카시 (‘인공지능’이란 말을 고안한 인물) 와 함께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것이 후일 ‘MIT 인공지능연구소’ 가 된다. 연구소는 인공지능 연구를 넘어 현대의 컴퓨터에 관한 사고 전반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디지털 정보가 자유롭게 공유되어야 한다는 생각, 이른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운동’ 의 기본 개념에 씨를 뿌렸으며, 인터넷의 최초 형태인 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용 네트워크 ‘아르파네트’(ARPAnet)의 탄생에 일조했다(지금의 월드와이드웹 형태의 인터넷이 등장한 것은 1989년이다).
민스키의 천재성은 다양한 학문 분야를 아울렀다. 그는 1956년, 지금도 생물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공초점 스캔 현미경’을 최초로 발명했다. 촉각센서를 이용한 ‘기계손’ ‘기계팔’ 등 로봇 장치를 개발해 현대 로봇공학을 한 단계 진전시켰으며, 1963년 최초의 머리 장착형 디스플레이(HMD·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를 발명했다. 이것은 ‘가상현실 헤드셋’의 선구자 격인 디스플레이로 반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상업화 직전에 와 있다. 또 다른 발명품으로는 다양한 음악의 조합과 변주가 가능한, 시퀀서(순서기·전자 녹음 장비의 하나) 기반의 신시사이저 ‘트라이덱스 뮤즈’(1972) 등이 있다.
민스키 (Marvin Minsky) 는 수학, 철학, 물리학, 신경과학, 로봇공학, 컴퓨터공학 등에 능했으며 몇 편의 공상과학(SF) 소설도 썼다. 그는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무언가를 처음 익힐 때 일어나는 “서투른 느낌” 을 좋아한다고 했다. “무언가를 ‘잘할 수 없다’는 건 아주 설레는 일이다. 그것은 소중히 여겨야 할, 아주 희귀한 경험이다.” 민스키는 재능 있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그는 종종 집이나 사무실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다음(多音)의 대위법으로 구성된 바로크 푸가를 즉흥연주하거나 “바흐 (Bach) 비슷한 곡들”을 작곡하곤 했다.
민스키는 1970년대 초반 컴퓨터공학자인 시모어 페퍼트 (Seymour Papert) 와 함께 ‘마음의 사회 (Society of Mind)’ 이론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1985년 출간된 저서 <마음의 사회>에서 그는 “지능은 단일한 메커니즘의 산물이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가진 ‘작용요소’(agent)들의 관리된 상호작용으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인간의 뇌 (Brain) 는 불완전한 부품들의 결합체라는 것이다. 이 부품들은 각각 특정 기능을 갖고 있으나, 사고력이 필요 없는 단편적 기계 작용만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 모든 부품이 결합되면 마치 하나의 사회처럼 복합적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층위의 네트워크로 이뤄지는 복잡한 상호작용과 관계들이 바로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민스키는, 인간은 사실상 이러한 뇌를 장착한 기계라고 생각했다. 또한 인간의 뇌는 하나의 단순한 문제를 처리하는 데에도 수많은 방법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이론은 뇌의 작동 방식, 인간의 학습 방법에 관한 생각에 혁명을 일으켰다. 그는 인간이 언젠가 자신의 지능에 필적할 만한 기계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오늘날 딥 러닝 (Deep Learning) 등 인공지능에 관한 경쟁적 연구는 모두 그의 이러한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
MIT에서 민스키의 강의는 오랜 세월 인기 강좌로 자리잡았다.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인공지능 연구자인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 레이 커즈와일 (Raymond Kurzweil) 등 그의 많은 제자들이 컴퓨터공학계의 슈퍼스타가 됐다. 민스키는 인공지능 분야의 업적을 인정받아 1969년 컴퓨터공학계의 최고상인 튜링 상(Turing Award) 을 비롯해 MIT 킬리언상, 재팬 프라이즈 등 많은 상을 받았다.
“2001년에는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가진 존재가 될 것이다.” 1968년 SF 소설가 아서 클라크와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은 그렇게 상상했다. 이들이 만든 ‘HAL 9000’ 이라는 인공지능 캐릭터(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등장한다)는 2001년이면 이런 기계가 존재할 거라고 믿었던, 민스키를 비롯한 당시 많은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공유된 믿음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큐브릭은 민스키를 찾아가 이에 대해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1년 민스키는 “우리는 왜 2001년에 HAL 을 얻지 못했나?” 라고 물어야만 했다.
민스키는 최근 인공지능 연구와 진보의 방향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초기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은 현대의 연구자들이 ‘물리학에 대한 선망’ 에 굴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뇌의 복잡한 사항을 간단한 공식으로 축소시키려는 욕망 말이다. 실제로 1990년대 들어 미국에서 인공지능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이 대폭 삭감되면서, 많은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기계학습 (Machine Learning), 로봇공학 (Robot), 컴퓨터비전 (Computer Vision) 등 구체적인 하위 영역으로 이동했고 순수 인공지능 연구는 제한적으로 진행됐다.
민스키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지난 20여 년간 그렇게 많이 향상되지 않았다”면서 “수익성에 좌우되는 기업들이 연구를 주도하기 전에 기초 발명가들의 시대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대적으로 광고되는, 인간의 자연어 형식 질문에 답할 수 있는 IBM의 초고성능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 에 대해 “(그것은) 즉석 질의-응답 기계 (Question Answering System) 에 불과하다”(<워싱턴포스트>)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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