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레이먼드(Eric Raymond)의 '성당과 시장 The Cathedral and the Bazaar'이란 논문이 있습니다. 에릭 레이먼드는 "미래는 뛰어난 비전을 갖고 출발한 뒤 다른 사람들의 자유로운 참여 공동체(커뮤니티)를 통한 비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에 의해 점점 지배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구글은 우선 '뛰어난 비전을 갖고 출발한 점'에서는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검색 기술력으로 블로오션을 지향, 전세계 네티즌을 흥분시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자유로운 참여공동체를 통한 비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입니다. 지켜볼 일이라는 것이죠.
에릭 레이먼드의 논문은 미래는 '성당모델'이 아니라 '시장모델'이 흐름을 이끌어갈 것이란 것을 강조합니다.
'성당'은 소수 성직자들이 중세시대에 정보를 독점한 것 처럼 몇몇 프로그래머들이 소스코드를 독점,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비유합니다. 반면 '시장'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공동으로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뜻하죠.
구글이 '시장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 것이 현재의 구글을 바라보는 시선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래를 보기 전에 현재를 더 명확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구글은 검색이 아주 빠릅니다. 어떠한 정보라도 0.5초 안에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이죠. 그것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정보를 말입니다. 물론 이는 구글을 창업한 페이지와 브린의 페이지랭크(PageRank) 기술과 하이퍼 텍스트 매칭기술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기술력으로 인한 부작용도 존재합니다. 최근 외신의 구글기사 중 구글이 해커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많이 전해집니다. 이는 구글이 지속적으로 로봇을 이용해 웹 사이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기 때문이죠.
현재 자료뿐만 아니라 과거의 모든 자료 또한 친절하게(?) 구글의 저장된 페이지 기능을 이용,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커들에게는 최상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죠.
로봇의 뛰어난 기술력은 가치판단없이 수없이 많은 정보를 모아오는 만큼 그 위험성이 내재돼 있죠. 로봇은 정보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구글의 검색엔진을 이용하면 특정 웹사이트 내에 관리자 페이지, 파일 업로드·다운로드 페이지, 압축파일과 임시파일, 2차 도메인 존재 여부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구글에도 아킬레스건은 많습니다. 모든 국가와 모든 언어를 지원하는 '전세계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글은 꿈꿉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구글은 각국마다 다른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서 한 나라의 검색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한국은 통합검색, 지식검색 등 독특한 검색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독특한 문화코드를 이해는 것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기본입니다.
페이지랭크의 허점도 있습니다. 홈페이지와의 긴밀한 연결구조를 통한 페이지랭크는 반대로 인기가 높은 사이트를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변두리 사이트는 그만큼 노출기회가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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